촛불집회장에 가려고 기자가 사무실을 나선 건 2일 저녁 8시.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누가 집회를 하는 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동아일보 앞 건널목을 건너는데 청계천 입구에 전경버스만 가지런히 놓여있을 뿐이다. 벌써 끝났거나 몇 안 돼 경찰에 둘러싸인 걸로 알았다.
광화문대로 건널목 중간쯤에서 반갑게 아는 채를 하는 이가 있어 보니 윤원석 전 인터넷기자협회장이다. 2명의 일행과 함께 건너오는 중이었다. 일단 되돌아 와 물으니 경찰차로 청계로 일대를 완전히 봉쇄해 안 보이는 것이라며 2만여명은 모여 있단다. 그러며 저녁이나 먹으러 가잔다.
한데, 일행 중 한명이 그래도 직접 눈으로 한번 봐야지 않겠냐며 두 분을 먼저 식당에 보내고 집회장으로 가잔다. 동아일보 사옥 앞을 지나는 데 집회 관계자인 듯 작은 트럭에서 초와 컵을 나눠준다. 집회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동아일보 사옥 앞 너른 인도를 거의 막아놓아 통행이 불편하다.
| ▲이명박 정권 취임 2달여만에 청계광장에 2만여명의 규탄인파가 모여 'MB탄핵'을 외쳤습니다. © 최방식 | |
| ▲주최측은 소박한 집회를 예상했지만 2여명의 성난 민심은 청계광장을 완전히 뒤덮어버렸다. © 최방식 | |
| ▲3년 전의 바로 그 촛불. 보수 정치권의 반란에 맞섰던 촛불이 이번엔 보수 집권세력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 최방식 | | “직접 눈으로 한 번 봐야지”
그 좁은 길은 대부분 오가는 여고생들로 꽉 찼다. 분비는 길을 뚫고 소라 조형물이 있는 청계광장에 들어서니 세상에 청계천 2, 3가로 끝없이 꽉 메운 촛불들이 함성을 질러댄다. 그 뿐 아니다. 또 한 갈래는 서울파인내셜빌딩 앞을 지나 시청 쪽으로 꽉 들어찼다. 2만여명은 넘어 보인다. “탄핵, 이명박”, “미친소, 너나 처먹어”라는 외침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화려한 공약으로 청와대에 입성하고 꼭 두 달여를 조금 지난 지금이다. 이 정권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책들을 정비할 시간을 가늠해 봐도 턱없이 모자란 지금인데, 왜 수만명의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치적 가운데 하나인 청계천 광장에 모여 그의 탄핵을 외치는 것일까?
이날 집회는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주관했다. 집회의 공식 명칭은 ‘미친소! 너나 처먹어라! 촛불문화제’였다. 운동본부라는 이름은 있지만 이들은 무슨 대단한 단체도 아니었다. 최근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완전자유화를 선언하고 그 이름이 조금 알려진 게 전부다.
| ▲작은 촛불은 그저 미풍에도 꺼질 만큼 약합니다. 그 촛불을 치켜든 손이 늘어가면 강풍에도 끄떡하지 않습니다. © 최방식 | |
| ▲청계천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촛불. 이 촛불이 한반도를 파괴하는 삽질, 아이들의 영혼을 멍들게 하는 입시망국병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켜낼 것입니다. © 최방식 | |
| ▲ 촛불은 약속입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죠. 너와 이웃을 향한 외침이고요. © 최방식 | |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건강보험 민영화, 한미FTA 등의 정책에 반대하며 취임 초기부터 온라인상에 MB안티카페를 열어놓고 나름의 활동을 해 온 모양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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